"위기의 승부사"···SK 이끈 최태원 회장의 25년

2023. 9. 1. 11:55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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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적인 변화를 할 것이냐, 천천히 사라질 것이냐. (Deep Change or Slow Death.)"

 

1998년 9월 1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서른여덟의 나이로 회장직에 취임하며 던진 화두다. 최 회장은 취임 때부터 25년이 지난 현재까지 '딥 체인지'를 경영 철학으로 내세우고 있다.

 

안정적일 때에는 서든 데스 할 수 있다며 긴장감을 강조하고 위기에는 과감한 도전을 장려하며 그룹 전체가 역동적으로 변할 것을 지속적으로 주문했다.

 

이 같은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SK그룹을 이끈 최 회장은 재계 순위를 취임 당시 5위에서 2위로 끌어올리는 성과를 거뒀다. 매출과 시가총액도 대폭 성장했으며 동시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측면에서도 국내 기업 중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체질개선 이끈 리더십···딥 체인지부터 파이낸셜스토리까지

 

SK그룹에 최태원 회장 체제가 들어선 지 25주년을 맞았다. 취임 때부터 '혁신적인 변화'를 강조한 최 회장은 SK그룹의 근본적인 체질 변화를 이끌었다.

 

외환위기 당시 SK그룹 회장 자리에 오른 최 회장은 2002년 제주 선언으로 불리는 '따로 또 같이 1.0'을 통해 고강도 구조조정을 시행했다. 당장 이익을 내더라도 성장 가능성이 없는 계열사는 과감하게 도태시키는 방법을 꺼낸 것이다.

 

이를 통해 계열사들이 생존 조건이 어느 정도 확보되자 2007년에는 '따로 또 같이 2.0'을 통해 지주사 체제로 전환을 시작했다. 2012년에는 '따로 또 같이 3.0'을 통해 지주사 권한을 축소하고 계열사 역할은 강화한 수평적 의사결정 구조로 개편했다.

 

2015년 8월 2년 7개월의 수감 생활을 마치고 복귀한 뒤에는 DBL, 사회적가치, 파이낸셜스토리, 빅립 등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강조했다.

 

2016년 처음으로 언급된 DBL은 딥 체인지를 실현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함께 창출해야 기업의 지속 성장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2019년부터는 SK그룹 스스로 사회적 가치를 측정해 그 결과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파이낸셜 스토리'의 경우 SK그룹의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주요 경영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최 회장은 2020년 6월 확대경영회의에서 전 계열사에 "각 사 CEO들은 기업가치 구성 요소를 활용해 시장·투자자·고객 등과 소통하고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는 자신만의 성장 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뒤이어 2021년 CEO 세미나에서는 SK 경영 가치를 더 크게 퍼뜨리는 '빅 립'의 관점에서 2030년까지 그룹이 달성해야 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세부 목표를 제시했다.

 

올해 6월 열린 확대경영회의에서는 미·중 경쟁과 글로벌 경기침체 등 각종 위험 변수들과 기회 요인에 맞춰 유기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시나리오 플래닝'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동안 추진해온 파이낸셜 스토리에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시나리오에 맞춰 조직과 자산, 설비투자, 운영비용 등을 신속하고도 탄력적으로 바꿀 수 있는 경영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반도체·배터리·바이오 국가전략사업으로 그룹 재편

 

최 회장은 'BBC(바이오·배터리·반도체)'를 전면에 내세우며 SK그룹을 25년 만에 10배 규모로 성장시키는 데 성공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SK그룹의 자산은 1998년 32조8000억원에서 올해 5월 기준 327조3000억원으로 10배 이상 확대됐다. 매출은 1998년 37조4000억원에서 지난해 224조2000억원으로 뛰었으며 시가총액은 3조8000억원에서 137조3000억원으로 불어났다.

 

특히 SK그룹은 성장동력인 BBC 산업에서 글로벌 성과를 만들고 있다.

 

반도체의 경우 최 회장이 2012년 사내 반대를 무릅쓰고 SK하이닉스 인수를 관철시키며 주요 사업군으로 떠올랐다. SK그룹은 SK하이닉스 인수 후에도 인텔 낸드 사업부, SK실트론, 키파운드리를 인수하며 반도체 사업에 꾸준히 공을 들였다.

 

지난 10년간 꾸준히 투자해온 배터리 사업은 올해 하반기 흑자전환이 예상되고 있다.

 

SK온은 최근 글로벌 원자재 부족 사태에서도 배터리 필수 소재인 고성능 양극재를 안정적으로 확보, 배터리 현지 생산을 넘어 향후 원소재 확보와 생산을 아우르는 현지화 전략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바이오 부문도 1993년 제약사업에 첫발을 내딛은 뒤 최 회장의 '뚝심경영'이 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1년 신약 개발 사업을 하는 SK바이오팜을 별도 법인으로 만들고 2018년에는 미국 의약품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앰팩(AMPAC)' 지분 100%를 인수했다. 이듬해에는 의약품 생산법인 세 곳을 통합해 SK팜테코를 설립했다.

 

이 밖에도 SK그룹은 친환경 미래에너지 사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SK㈜와 SK E&S는 총 약 1조6000억원을 공동 투자해 수소 핵심 기술력을 보유한 미국 플러그파워의 지분 9.9%를 확보,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SK E&S는 플러그파워와 2022년 1월, 합작회사 SK플러그 하이버스를 설립하고 아시아 시장 내 수소사업도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다.

 

차세대 원전으로 주목받는 소형모듈원자로(이하 SMR)에도 관심이 높다. SK㈜와 SK이노베이션은 차세대 SMR 설계기업인 테라파워와 포괄적 사업협력(MOU)을 맺고 공동 기술 개발 및 상용화를 위한 협력을 진행 중이다.

 

 

SK는 글로벌 탄소 감축 기여라는 그룹의 경영 방침에 따라, 테라파워와 협력해 다양한 그린에너지 사업 협력을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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