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2. 22. 11:31ㆍ경제
애플은 지난해 수리권 보장을 위해 자가수리 프로그램을 선제적으로 도입했다. 제품 설명서와 수리 도구를 제공해, 사용자 스스로 고장 난 부품을 교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당초 자가수리 프로그램은 미국에서만 사용 가능했지만, 최근엔 많이 늘었다. 애플에 따르면 전 세계 33개국에 이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대상 제품도 35종으로 확대됐다.
취지는 좋지만, 전자 제품 수리는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다. 단순히 설명서와 도구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고장 원인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부터 쉽지 않다. 부품 교체를 제대로 마쳤는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지금보다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애플이 미국을 시작으로 사용자들에게 새로운 도구를 제공하기로 했다.
애플, 새 진단 도구 내놨다
12월 13일(현지시간) 미국 IT 매체 더 버지(The Verge)에 따르면 애플은 자가수리 프로그램 사용자를 위해 ‘진단(Diagnostics)’이라는 도구를 공개했다. 진단은 기기 상태를 확인한 다음 수리해야 할 부품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웹사이트 기반 도구다. 애플은 진단을 미국에 출시한 다음, 내년부터 유럽 지역에 제공할 방침이다. 아직 국내 사용 여부는 불분명하다.
결함이 생긴 기기를 애플스토어나 애플 공인 서비스 업체에 가져가면, 전용 소프트웨어로 문제가 무엇인지 금방 식별할 수 있다. 애플은 새 진단 도구에 대해 “공인 업체나 개별 수리 업체와 마찬가지로 기능·성능을 최적으로 테스트하고, 수리가 필요한 부품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단 사용자는 수리와 관련된 지식과 전문성을 어느 정도 갖춰야 한다.
애플 진단 도구는 다양한 검사 테스트를 제공한다. 먼저 기기 소프트웨어 버전과 하드웨어 구성 요소를 확인하는 MRI(Mobile Resource Inspector) 테스트가 있다. 픽셀에 문제가 발생했는지 확인하는 디스플레이 테스트, 멀티터치 작동 테스트도 포함하고 있다. 이외 카메라 이미지 품질, 페이스ID 센서 정상 작동 여부, 오디오 성능까지 진단 도구로 검사할 수 있다.
애플 진단 도구, 사용 방법은?
사실 애플은 오래전부터 자사 제품에 기기 상태를 점검하는 소프트웨어를 넣어놨다. 그러나 일반 사용자는 이를 활용할 수 없었다. 애플 엔지니어가 아니면, 소프트웨어 기능을 켤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애플의 새 진단 도구는 사실상 사용자가 기존 기능을 쓸 수 있도록, 개방한 것에 가깝다. 애플이 공유한 사용방법을 보면 이유를 알 수 있다.
애플은 아이폰을 기준으로 새 진단 도구 사용법을 상세히 공유했다. 진단 도구를 쓰려면 준비물이 필요하다. 검사할 애플 기기와 웹 사이트 접속이 가능한 PC 같은 보조 기기가 있어야 한다. 기존 검사 소프트웨어로 기기를 테스트한 다음, 웹 사이트 기반 새 도구에서 결과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복잡해 보이나, 실제 과정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먼저 진단 모드에 진입하기 위해 아이폰을 꺼야 한다. 그다음 아이폰 볼륨 높이기·줄이기 버튼을 동시에 누른 채로 20W 이상 충전기나 PC에 연결한다. 화면에 아이폰 로고가 나타났다면, 볼륨 버튼에서 손을 떼도 된다. ‘진단&수리(Diagnostics&Repair)’ 화면이 나타나면 진단 모드 진입에 성공한 것이다.
이후 미리 준비한 PC에서 새 진단 도구 웹 사이트로 접속한 다음, 검사받을 아이폰 일련번호를 입력한다. 아이폰이 성공적으로 웹 사이트에 등록됐다면, 안내에 따라 준비된 테스트를 차례로 진행하면 된다. 검사 결과는 아이폰에 나타나지 않는다. 진단 도구에 접속 중인 PC에서만 확인 가능하다.
참고로 진단 모드에 진입한 애플 기기는 와이파이(Wi-Fi)를 제외한 네트워크 접속이 제한된다. 한국은 지원 대상이 아니기에, 새 진단 도구 웹사이트에 들어갈 수 없다. 접속을 시도하면 ‘현재 해당 지역에서는 이 기능을 사용할 수 없는’ 문구만 나타난다.
구형 기종은 사용 불가능
애플 진단 도구는 아이폰 12 시리즈부터 사용할 수 있다. 운영체제(OS)는 iOS 17 정규 버전 이상이어야 한다. 진단 도구 웹사이트는 iOS 13 이상 아이폰, 아이패드OS 13 이상 아이패드, 맥OS 10.15 이상 맥, 55버전 이상 크롬 기기로 접속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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