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성 진통제·피임약 판칠라…비대면진료 늘려도 처방전 깐깐하게

2023. 12. 2. 19:27경제

반응형
SMALL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전환을 앞둔 지난 5월 말 서울 도봉구 한 의원에서 취재진에게 비대면진료가 시연되고 있다.

 

1일 보건복지부는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보완 방안을 발표하면서 처방전 관리를 종전보다 강화했다. 현재 비대면 진료는 정보통신(IT) 기술을 활용해야하는 진료 특성상 의료기관에서 발급한 처방전을 팩스나 이메일로 약국에 전송한다. 이 과정에서 팩스·이메일을 통한 복사본 처방전, 이미지 처방전이 종이 처방전에 비해 위·변조되거나 재사용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복지부는 의약품 오·남용을 막기 위해 의료기관에서 약국으로 처방전을 직접 전송하도록 보완 방안에 명시했다. 또 앱을 이용해 처방전을 전달할 경우 환자가 원본 처방전을 내려받을 수 없게 개선했다.

보다 근본적인 의약품 오·남용을 막기 위해 부작용이 큰 사후피임약은 비대면 진료로 처방받을 수 없도록 하는 규정도 마련했다. 사후피임약은 고용량의 호르몬을 포함하고 있어 불가피한 경우에만 정확한 용법을 지켜 복용해야 하는데, 현재 부적절한 처방사례가 나오고 있다는 게 복지부 설명이다. 복지부는 탈모, 여드름, 다이어트 의약품처럼 또 다른 비급여 호르몬 제제에 대해서도 추후 검토를 거쳐 처방 가능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보완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2023.12.1

 

이번 보완 방안에는 의사의 진료 거부권도 명시했다. 비대면 진료 도중 의사가 의학적 판단에 의거해 진료를 중단하더라도 의료법상 진료 거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골자다. 대면 진료에 비해 의사가 취득할 수 있는 환자정보가 제한적이라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복지부 관계자는 “대면 진료를 위한 의료기관 방문 권유와 비대면 진료 후 처방은 전적으로 의사에게 달린 것으로, 환자 요구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정확히 밝혔다”고 설명했다.

복지부가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도입 6개월 만에 규제완화 카드를 꺼내든 데는 이용자 수가 급감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현재 섬·벽지 거주자, 만 65세 이상 거동 불편자, 장애인처럼 예외 초진환자와 재진환자를 대상으로 실시 중인 비대면 진료는 계도기간이 종료된 지난 9월부터 이용건수가 일 평균 3건 이내로 급감했다. 지난 5월(일 평균 3290건)과 비교했을 때 0.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복지부가 코로나19 팬데믹 3년간 전면적으로 실시해 온 방식을 종료하고, 6월 1일부로 제한적 자격을 갖춘 사람에 한해서만 허용하면서 이용자가 사실상 사라진 셈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비대면 진료 실시 전 의사가 환자의 재진 여부를 분별하는 것이 매우 어렵고, 또 의료법상의 재진기준 자체가 비대면 진료에 적용하기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며 “6개월 내 대면 진료경험이 있는 환자에 대해선 해당의사가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있다고 판단해 허용범위를 넓히게 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그럼에도 의사가 정확한 진단이 어렵다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비대면 진료 거부권, 즉 대면 진료권을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약 배송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를들어 야간에 비대면 진료 후 처방전을 받은 환자는 인근에 문을 연 약국이 없으면 약을 복용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비대면 진료는 의료상담에 지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복지부 관계자는 “약 배송을 하려면 약사법이 개정돼야 하는데 현재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없다”며 “각 지자체별로 운영 중인 공공심야약국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