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성과급 전광판 트럭 시위에…회사측 "과도하다"

2024. 2. 5. 17:52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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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 일부 직원들이 성과급 제도의 개선을 요구하며 트럭 시위에 나섰다. '언론에선 최대 실적, 내부에선 위기 운운, 피와 땀에 부합하는 성과체계 공개하라'는 내용의 전광판을 실은 트럭은 LG에너지솔루션 본사가 있는 여의도 일대를 돌고 있다.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한 것에 비해 성과급은 3년 동안 가장 적어서다.

반면 회사 측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과도한 성과급 요구는 배터리 산업이 전기차 산업의 둔화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데다 내실을 다져야 하는 시기에 재무 부담 가중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새 수장이 된 김동명 사장은 일단 "1분기 내에 개선안을 마련하겠다"며 직원 달래기에 나섰다.

5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직원 1700여명은 익명 모금을 통해 이날부터 오는 29일까지 서울 여의도에서 3.5톤 트럭과 스피커를 이용한 1인 시위를 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간 트럭은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LG에너지솔루션 본사가 있는 파크원을 중심으로 여의도 일대를 순회한다.

전광판에는 '언론에선 최대 실적, 내부에선 위기 운운, 피와 땀에 부합하는 성과체계 공개하라'는 문구가 담겨 있다. 트럭이 3.5톤인 만큼 크기가 커 멀리서도 한눈에 보여 백화점을 방문하거나 여의도를 지나가는 시민들은 트럭의 글씨를 멈춰서 읽기도 했다.

LG에너지솔루션 일부 직원들이 이 같은 트럭 시위에 나선 것은 지난해 연간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33조7455억원, 2조1632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음에도 가장 낮은 수준의 성과급을 받았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3년도 성과급을 기본급의 340∼380%, 전체 평균으로는 362%로 책정했다.

비교 기준은 2021년과 2022년 성과급이다. 2021년 기준 매출 17조8519억원과 영업이익 7685억원에도 성과급은 450~550%였다. 2022년 역시 매출 25조5986억원과 영업이익 1조2137억원에도 성과급은 700~900%로 책정했다. 이에 올해 역대 최고 실적에도 성과급이 지나치게 낮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트럭 시위에 나선 주최 측은 "사측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관련 업무를 위해 노력하는 직원들의 노동에 대해 정당한 보상을 제공하지 않았다"며 "IRA에 따른 이익금을 재무제표상 이익으로 구분했지만, 성과급 산정 시에는 제외해 비용을 절감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반면 회사 측은 경영 성과급이 매출, 영업이익의 재무성과와 경쟁성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책정되며 회사 출범 이후부터 매년 동일한 산정방식을 적용해 왔다는 입장이다. 또 IRA상 첨단 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는 변동성이 크고 일시적이라는 점을 고려해 목표 수립 때부터 성과 지표에 아예 반영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다.

실제 LG에너지솔루션의 지난해 영업이익 2조1632억원에서 미국 IRA 보조금인 AMPC를 제외하면 약 1조5000억원으로 낮아진다.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 AMPC를 제외하면 영업이익률은 1%대에 그친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지난해 870%라는 역대 최고의 성과급 지급이 가능했던 것은 기준이 되는 22년도 재무성과를 목표 대비 높은 수준으로 달성했기 때문"이라며 "회사의 사업목표는 임의로 설정하는 것이 아니며 자사 역량, 수주 현황, 외부 환경에 대한 예측치 등을 기반으로 각 사업분야별 철저한 준비를 통해 수립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상장회사로서 사업목표의 공식적인 공개가 제한되고, 외부 환경에 따라 사업 실적 대비 구성원들이 기대하는 수준과 괴리감이 발생할 여지도 있다는 점을 감안해 1분기 내 외부 환경의 영향을 덜 받으면서 구성원들도 납득할 수 있는 성과급 기준을 마련키로 했다"고 강조했다.

또 회사 측은 트럭 시위는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2일 회사는 김 사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들이 참석한 가운데 타운홀 미팅을 갖고 성과급을 비롯한 처우 개선, 조직 문화, 소통 활성화 등과 관련된 구성원 질문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고 소통했기 때문이다.

이날 김 사장은 "현행 성과급 산정 방식과 관련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직원들의 의견에 공감하며 많은 고민을 통해 1분기 내 합리적인 개선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경쟁사 대비 보상과 처우도 향후 총 보상 경쟁력을 더 높여 경쟁사보다 나은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무엇보다 전기차 산업이 둔화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올 한해 내실을 다져야 하는데 과도한 성과급 요구는 재무 부담 가중과 미래 성장성을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올해 배터리 3사는 질적 성장을 목표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는 물론 전고체 배터리 등 신사업 강화와 해외 생산거점 가동을 앞두고 있다.

한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이차전지 산업은 전기차 확산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하는 구간에 진입했고, 고객 수요 대응을 위한 신규 증설 프로젝트들이 집중돼 있다"며 "주주와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집중하기 위해 더 많은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 시기에 과도한 성과급 지급 요구는 주주와 이해관계자들로부터 비난받을 소지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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