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중 업무 처리 요구하는 직장 상사…이럴 땐 어떻게?

2023. 9. 7. 13:49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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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일 좀 빨리 확인해봐. 상무님 보고 들어가야 하는데 이것만 빨리 처리해줘."
 
직장인 A씨는 가족들과 여름휴가를 떠났다가 스트레스만 잔뜩 쌓여서 돌아왔습니다. 스트레스의 원흉은 바로 회사 직속 상사인 팀장 B씨였습니다. B팀장은 휴가 중 매일같이 A씨에게 업무 관련 메일을 보내왔는데요.

B팀장은 자신도 어쩔 수 없다는 양 매번 임원 보고를 핑계댔지만 대부분 B팀장 혼자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이었습니다. 덕분에 A씨는 휴가 내내 노트북과 휴대폰을 손에서 떼지 못했는데요. 자신 때문에 행여 휴가 기분을 망치지나 않을까 함께 여행을 떠난 가족들의 눈치까지 봐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려야만 했습니다. 
 
예전에 비해 많이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휴가 중 회사로부터 연락을 받는 직장인들이 적지 않습니다. 간단한 사실 확인 정도라면 너그럽게 이해하고 지나쳐줄 수도 있지만 가끔은 그렇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업무 처리를 위해 휴가지에서도 내내 노트북을 끼고 살아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휴가는 휴가대로 즐기지 못하고 일행의 눈치까지 봐야 하는 상황, 직장인들에겐 참기 힘든 스트레스인데요.  

실제 한 취업 포털 사이트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휴가철 가장 싫은 직장 내 비매너 행위로 휴가 중 업무 관련 문의나 지시가 꼽히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휴가 중 업무 지시는 직장인들이 불쾌하게 생각한다는 의미인데요. 
 
휴가 중 업무 지시, 법으로 따져보면 법으로 따져보면 어떻게 될까요?

 

 

◇휴가 중 회사업무 처리했다면 업무시간 등 기록해둬야
 
휴가는 근로 제공 의무가 면제되는 날을 말합니다. 당연히 회사의 감독과 지시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회사는 휴가기간 중 해당 직원에서 업무 지시를 해서는 안 됩니다. 만약 휴가 중 업무 지시가 내려왔다면 상사의 업무 지시를 거부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그러나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마음처럼 행동할 수 없을 때가 더 많죠.
 
휴가기간 중 업무 지시를 거부하기 어려운 경우라면 해당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시간과 노력을 들였는지 꼼꼼히 기록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간단한 사실 확인 정도가 아니라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정도의 업무 지시였다면 그에 소요된 시간만큼 휴게시간에서 제해야 합니다. 그에 해당하는 만큼 추가로 휴가를 청구하거나 수당을 청구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근로기준법은 1 8시간 근무를 원칙으로 하고 있는데요. 이를 기준으로 휴가 중 업무시간에 해당하는 만큼 휴가를 추가 청구하거나 연장 근로수당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8시간을 일했다면 휴가일을 1일 더 요구할 수 있는 거죠. 4시간을 일했다면 반차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근로기준법은 1년간 80% 이상 출근한 근로자에게 15일의 유급휴가를 부여하도록 정하고 있는데요. 이를 흔히 연차휴가라고 합니다. 휴가는 근로자가 희망하는 기간에 사용할 수 있으며 회사는 이 기간에 대해서는 취업규칙에서 정한 임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주어진 유급휴가는 1년간의 근로기간 중 사용하지 못하면 소멸되는데요. 만약 근로자가 회사 사정으로 인해 해당기간 중 연차를 사용하지 못했다면 회사는 이에 대해 수당을 지급해야 합니다. 다만 회사가 서면 통보 등 적정한 방법으로 연차 사용을 촉진했음에도 불구하고 근로자가 휴가를 사용하지 않아 연차일수가 남은 경우라면 회사는 이에 대한 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됩니다.   

 

근로기준법
 
제60조(연차 유급휴가) ① 사용자는 1년간 80퍼센트 이상 출근한 근로자에게 15일의 유급휴가를 주어야 한다. <개정 2012. 2. 1.>
 
② 사용자는 계속하여 근로한 기간이 1년 미만인 근로자 또는 1년간 80퍼센트 미만 출근한 근로자에게 1개월 개근 시 1일의 유급휴가를 주어야 한다. <개정 2012. 2. 1.>
 
③ 삭제 <2017. 11. 28.>
 
④ 사용자는 3년 이상 계속하여 근로한 근로자에게는 제1항에 따른 휴가에 최초 1년을 초과하는 계속 근로 연수 매 2년에 대하여 1일을 가산한 유급휴가를 주어야 한다. 이 경우 가산휴가를 포함한 총 휴가 일수는 25일을 한도로 한다.
 
⑤ 사용자는 제1항부터 제4항까지의 규정에 따른 휴가를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주어야 하고, 그 기간에 대하여는 취업규칙 등에서 정하는 통상임금 또는 평균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휴가를 주는 것이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에는 그 시기를 변경할 수 있다.
 
⑥ 제1항 및 제2항을 적용하는 경우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기간은 출근한 것으로 본다. <개정 2012. 2. 1., 2017. 11. 28.>
 
1. 근로자가 업무상의 부상 또는 질병으로 휴업한 기간
 
2. 임신 중의 여성이 제74조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규정에 따른 휴가로 휴업한 기간
 
3. 「남녀고용평등과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19조제1항에 따른 육아휴직으로 휴업한 기간
 
⑦ 제1항ㆍ제2항 및 제4항에 따른 휴가는 1년간(계속하여 근로한 기간이 1년 미만인 근로자의 제2항에 따른 유급휴가는 최초 1년의 근로가 끝날 때까지의 기간을 말한다)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된다. 다만,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사용하지 못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휴가 시기 제한하거나 승인 거부하면 직장 내 괴롭힘
 
휴가 사용을 놓고 갈등을 겪는 직장인이 적지 않은데요. 법으로 보장된 권리지만 이른바 회사 측의 과도한 간섭과 갑질로 이 권리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경우들입니다.
 
C씨는 연차를 쓸 때마다 상사 D씨와 신경전을 벌여야 합니다. D씨가 휴가 신청 때마다 연차 사유를 꼬치꼬치 캐묻는 데다 휴가 시기를 놓고도 불만을 표시하기 때문입니다. 한번은 휴가 신청 이유를 묻는 D씨를 향해 그냥 쉬고 싶어서 휴가를 신청했다고 답했다가 특별한 일도 없는데 집에 있으면 무엇하냐 그냥 회사에 나와서 쉬라는 말까지 들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권한을 넘어서는 과한 간섭은 자제해달라고 말하고 싶지만 매일 얼굴을 마주쳐야 D씨와의 관계가 불편해지면 어쩌나 속앓이만 할 뿐입니다. 
 
연차 유급휴가는 법으로 보장된 근로자의 권리입니다. 회사가 근로자의 연차 사유를 묻거나 시기를 정해주는 것도 불가합니다. 정당한 사유 없이 연차 사용을 거부하면 사용자가 그에 대한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데요. 근로기준법은 규정에 따른 휴가는 근로자가 청구한 시가에 주어야 하고(근로기준법 제60조 제5항) 이를 위반했을 때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회사가 근로자의 휴가 시기를 변경하는 건 예외적인 경우에만 가능한데요. 근로기준법은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휴가를 주는 것이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 사용자가 그 시기를 변경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는데요.
 
여기서 말하는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란 어떤 상황을 말하는 걸까요? 통상 근로기준법이 지칭한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는 해당 근로자가 특정 시기에 휴가를 사용함으로 인해 회사에 상당한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의미하는 것으로 봅니다. 법원은 이에 대해 해당 근로자가 담당하는 업무의 성질, 다른 근로자들이 처리해야 하는 업무량, 대체 근로자 확보 여부, 다른 근로자들의 휴가 신청 현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를 판단하도록 하고 있는데요.
 
이에 대한 법원의 기준은 매우 엄격한 편입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2016년 판례에서 대체인력을 활용한 업무 처리가 불가능하거나 대체인력 확보가 불가능한 객관적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해 근로자의 휴가 시기는 회사가 변경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아울러 휴가 사유를 구체적으로 묻는 행위에 대해 이른바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는 시각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연차 사유를 묻거나 특별한 이유없이 연차 사용을 제한하는 경우, 직장에서의 지위나 우월한 관계를 이용한 직장 내 괴롭힘이 될 수 있습니다.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선 요구나 지시로 인해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느꼈다면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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