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부동산 투자 휴지조각 속출…5대 금융 벌써 1조원 날렸다

2024. 2. 18. 09:55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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全계열사 투자 782건 전수조사 결과…대출 뺀 10.4조원 중 10.5% 손실
"연간 실적 좌우할 요인"…손실 확대 우려에 '초비상'

 

뉴욕 맨해튼 중심가

 

국내 5대 금융그룹이 해외 부동산 투자로 최소 1조원이 넘는 평가 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에서는 고금리 상황에 기대 이자 장사로 사상 최대 이익을 거둔 금융그룹들이 해외 시장에 진출해서는 부동산 투자 실패로 막대한 손실을 떠안은 셈이다.

올해 세계적으로 상업용 부동산(CRE) 가격이 추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만큼 금융그룹들의 관련 손실 규모도 한층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금 1조1천억원 증발…배당 고려해도 10%는 실패한 투자연합뉴스가 18일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실을 통해 입수해 전수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5대 금융그룹(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해외 부동산 투자는 총 782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고객에게 판매한 해외 부동산 펀드 등과는 별개로 금융그룹들이 자체 집행한 투자로, 전체 원금은 20조3천868억원에 달했다.

투자 원금 규모는 하나금융이 6조2천458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KB금융이 5조6천533억원, 신한금융이 3조9천990억원 등으로 뒤를 이었다.

농협금융은 2조3천496억원, 우리금융은 2조1천391억원이었다.

5대 금융그룹은 이 중 대출 채권을 제외하고 수익증권과 펀드 등 512건의 투자에 총 10조4천446억원의 원금을 투입했다.

대출 채권 외 투자 금액은 KB금융이 2조8천39억원(126건)으로 가장 많았고, 신한금융이 2조7천797억원(133건), 하나금융이 2조6천161억원(157건), 농협금융이 1조8천144억원(55건), 우리금융이 4천305억원(41건) 등의 순이었다.

현재 이 자산들의 평가 가치는 총 9조3천444억원으로, 애초 투입한 원금보다 1조1천2억원이 줄어든 상태다. 전체 평가 수익률은 -10.53%로 집계됐다.

금융그룹별 투자 원금 대비 평가 가치를 보면, 하나금융(-12.22%), KB금융(-11.07%), 농협금융(-10.73%) 등이 -10%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금융은 -7.90%, 우리금융은 -4.95%였다.

해외 부동산 투자에 따른 누적 배당금 등을 반영한 5대 금융그룹의 내부수익률(IRR)을 보더라도 손실 규모가 작지 않았다.

IRR 산출이 가능한 투자 514건 중 약 10%(51건)가 마이너스였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IRR은 투자 성과를 측정하는 객관적인 지표 중의 하나로, 이 수치가 마이너스라는 것은 사실상 실패한 투자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런 투자 실패는 금융그룹 실적에도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삼성증권은 지난 16일 보고서에서 "현재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역대 가장 빠른 하락 속도를 보인다"며 "올해 금융사 실적을 좌우할 요인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5대 금융그룹을 비롯한 국내 금융회사들의 해외 부동산 투자에 대해 집중적인 모니터링을 개시했다.

 

 

※ 각종 금액은 억원 단위로 반올림한 것임. 하나금융의 평가 수익률은 현재 평가 금액이 산출되지 않은 3건의 투자를 제외한 수치임.

수백억원 넣었는데 수익률이 -100%…16년간 겨우 34만원 배당도금융그룹들의 세부 투자 내역을 들여다보면 이들의 전문성을 의심케 한다. 심지어 원금을 전부 까먹은 것으로 평가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특히 북미 지역의 상업용 부동산 투자 실패 사례가 상당수를 차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사례로, KB증권은 지난 2014년 10월 미국 뉴저지의 한 상업용 빌딩에 179억6천800만원을 수익증권 형태로 투자했는데, 현재 평가 금액이 10억7천500만원에 그쳤다.

평가 수익률을 따지면 -94.02%에 불과하고, 누적 배당금 97억1천100만원 등을 반영하더라도 IRR -14.14%로 저조한 편이었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2020년 12월 미국 전역의 30개 호텔로 포트폴리오를 짠 수익증권에 218억872만원을 투자했는데, 현재 평가 금액이 16억7천만원으로 줄었다.

기준일에 현재 평가 금액을 회수한다고 가정할 때 IRR -63.30% 수준이다.

하나금융과 농협금융은 같은 미국 상업용 부동산에 동시에 크게 물린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 맨해튼 중심가에 있는 20 타임스퀘어 건물이다.

하나손해보험은 지난 2018년 6월 이 건물에 114억2천242만원을 수익증권으로 투자해 전액을 손실 처리한 상태다. 4억5천여만원의 배당을 챙겼지만, IRR -98.49%로 이례적으로 낮았다.

농협생명보험도 같은 시기 571억원을 투자했으나, 현재 평가 금액이 0원이었다. 누적 배당금은 23억원이며, IRR -98.35%로 하나손해보험과 비슷한 상황이다.

두 회사 모두 이지스자산운용의 '이지스글로벌전문투자형사모부동산투자신탁198호'이라는 사모펀드에 거액을 집어넣었다가 낭패를 본 경우다.

우리은행은 지난 2008년 6월 인도 주요 도시의 부동산 4곳에 투자하는 재간접 펀드에 15억2천400만원을 투입했다가 큰 손실을 입었다.

현재 평가 금액이 1천202만원으로, 평가 수익률은 -99.21%다. 16년 동안 받은 누적 배당금이 34만원이었다.

5대 금융그룹의 해외 부동산 투자 가운데 상당수가 2020년 이후 집행됐다.

이를 두고 코로나19 팬데믹 직후 역사적인 저금리 국면에서 금융그룹들이 과감한 해외 부동산 투자에 나섰다가 손실을 자초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국내에서 가계대출을 중심으로 총 49조1천994억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 이자 이익을 기록한 5대 금융그룹이 나라 밖에서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 든 모양새다.



※ 각종 금액은 억원 단위로 반올림한 것임.

해외 부동산에 내준 대출도 10조원…담보 가치 폭락 땐 위험5대 금융그룹이 해외 부동산에 대출 채권, 신용공여, 채무보증 등 대출 형태로 집행한 투자 규모는 약 9조9천421억원으로 집계됐다.

하나금융이 3조6천297억원(98건)으로 가장 많았고, KB금융도 2조8천494억원(47건)에 달했다.

이어 우리금융(1조7천86억원, 63건), 신한금융(1조2천193억원, 49건), 농협금융(5천351억원, 13건) 등 순이었다.

대출의 경우 대부분 투자 금액과 현재 평가 금액이 비슷한 수준이었다.

다만,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는 등 담보 가치가 크게 하락해 손실을 본 경우도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로, 국내 증권사 한 곳은 지난 2022년 12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상업용 빌딩에 약 1천356억원을 투자했다.

이 증권사는 대출 채권의 형태로 643억원을, 수익증권의 형태로 713억원을 투자했는데 현재 대출 채권과 수익증권 모두 전액 손실처리됐다.

미국을 중심으로 연내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가격 하락이 예상되는 만큼 금융그룹들의 연쇄 대출 부실화 가능성도 없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금융그룹들은 저마다 해외 부동산 투자 관련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는 등 '초비상' 대응 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통화정책 전환이 본격화되기 전까지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추가 조정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오피스 수요가 단기간 내 회복되기 어렵다"며 "오피스 공실률이 올해 최대 19.8%로 정점에 이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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