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1. 15. 21:31ㆍ경제
정부가 약 1조 원의 예산을 투입해 일도, 구직 활동도 하지 않는 '쉬었음' 청년의 노동시장 복귀를 지원한다. 청년들이 취업 전 적성에 맞는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고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재직 중에는 일자리 문화 개선을 통해 직장 적응을 돕기로 했다. 노동시장을 이탈한 청년을 상대로 구직 단념을 예방하기 위한 집단·심리상담 등을 제공하고 고립 은둔 청년에게는 마음 회복 등 맞춤형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정부는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청년층 노동시장 유입 촉진 방안'을 발표(사진)했다. 최근 청년층 고용률·실업률은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올해 들어 '쉬었음' 인구는 증가하는 추세다. '쉬었음'은 취업자·실업자가 아닌 비경제활동인구 중 중대한 질병이나 장애는 없지만 쉬고 있는 이들을 뜻한다.
'쉬었음' 청년의 상당수는 구직 의욕도 높고 직장 경험이 있는 이직자들이 많지만 적성 불일치, '쉬었음' 기간 장기화 등으로 구직 의욕이 낮은 경우도 있다. 정부는 재학·재직·구직 등 단계별 맞춤형 지원 정책을 제공해 청년층의 노동시장 이탈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사업 예산 규모는 약 9900억 원이다.
우선 재학 단계에서는 내년 고교생 맞춤형 고용서비스를 신설하고 대학 재학생 맞춤형 고용서비스를 확대한다. 민간·정부·공공기관에서 일할 기회를 7만 4000명에게 확대·제공하고 신기술 인재 양성 사업인 K-디지털 트레이닝 등 기업 수요 기반의 첨단 인재 교육도 강화한다. 국가기술자격 응시료도 50% 깎아주기로 했다.
취업한 청년을 상대로는 44억 원을 투입해 초기 직장 적응을 돕는 '온보딩 프로그램'을 신설하기로 했다. 신입 청년에게 소통·협업 교육을, 기업 최고경영자(CEO)·인사담당자에게는 청년 친화적 조직 문화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다.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을 위해 시차·선택근무 관리시스템 구축 등 인프라 지원을 확대하고 사업장에 1인당 30만 원을 지원해 근로 시간 단축도 유도하기로 했다.
초기 단계 '쉬었음' 청년의 구직 단념을 예방하기 위한 청년성장프로젝트도 내년 도입된다. '쉬었음' 청년에게 자조모임, 집단·심리상담 등을 제공하고 청년 정책과 연계하는 프로그램이다. 니트(NEET·학업이나 일·구직을 하지 않는 무직자) 청년의 구직 의욕을 높이기 위한 청년도전 지원사업 지원 인원을 1천명 늘리고 구직 노력에 따른 인센티브를 강화하기로 했다. 니트 특화형 일 경험 프로그램, 청년 이직자 대상 경력재설계 서비스도 도입된다.
고립 은둔 청년에게는 마음 회복·관계 형성 등 맞춤형 프로그램이 지원된다. 가족 돌봄 청년을 위해 연 200만 원의 자기 돌봄비가 지급되고 월 70만 원의 일상 돌봄서비스 바우처 지원도 확대한다. 청년 자립 수당은 월 40만 원에서 50만 원으로 인상하고 장애인 취업성공패키지, 자활근로 등 기존 장애·질병 청년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도 확충하기로 했다. 정부는 관계기관 정례협의체를 신설해 니트 위험군 발굴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전담 인력을 통한 밀착 지원을 담당하는 청년미래센터도 신설한다.
기재부 허수진 청년정책과장은 "'이번 정책은 쉬었음' 중 직장 내 갈등이 있어서 퇴직했거나 직장을 찾는데 대안이 없어 구직 의욕이 떨어진 청년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기재부가 이날 발표한 ''쉬었음 청년 실태조사 주요 결과'에 따르면 '쉬었음' 청년은 직장경험 여부(취업준비/이직형), 적극적인 구직 의지가 있는지(소극/적극형) 등에 따라 5가지 유형으로 나뉘었다. 이중 직장경험이 있고 구직 의욕도 높은 이직-적극형이 57%로 과반을 차지했다. 직장경험은 있지만 구직 의욕이 낮은 이직-소극형(21%)은 두 번째로 많았다.
직장경험이 없고 구직의욕도 낮은 취준-소극형은 14%, 직장 경험은 없지만 구직 의욕이 높은 취준-적극형은 8%를 차지했다. 심층 면접 대상은 아니었지만 질병·장애, 가족 돌봄 등으로 일자리를 갖지 못하는 취약형도 쉬었음 청년 유형 중 하나로 포함됐다.
청년 실업률이 높았던 과거에는 취업에 거듭 실패해 구직 활동을 중단하는 '쉬었음' 청년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이직 과정의 '쉬었음'이 많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실제로 정부 분석에 따르면 올해 8월 '쉬었음' 청년 중 74.6%는 직장 경험이 있고 66.4%는 구체적인 구직 계획도 있었다. '쉬었음' 청년은 다른 연령대에 비해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서'(32.5%), '다음 일 준비를 위해'(23.9%) 쉰 비중이 높았다.
성별로는 남성(23만 5000명)이 여성(17만 9000명)보다 더 많았고 올해 1~9월에는 여성 중심으로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연령은 20대 후반이 20만 2000명으로 가장 많았고 20대 초반(18만 1000명), 10대 후반(3만 1000명) 등 순이었다. 올해에는 20대 초반을 중심으로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고 기재부는 설명했다. 학력은 고졸 이하(25만 6000명)가 대졸 이상(9만 7000명)보다 많았지만 올해 1~9월에는 대졸 이상이 2만 8000명 늘며 가장 많이 증가했다.
이번 조사는 청소년정책연구원이 올해 7월부터 10월까지 '쉬었음' 청년 45명을 상대로 심층 면접을 진행한 결과다. 심층 면접 대상자는 18~29세 청년 2826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를 토대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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