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담배 끊고 매일 운동했는데 ‘충격’…“뇌 속 폭탄 터지기 직전이라고?”

2024. 2. 4. 18:58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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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중반인 김씨는 최근 실시한 건강검사에서 뜻밖의 소식을 접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신청한 뇌 검사에서 ‘뇌동맥류’ 소견을 받았기 때문이다. 40대에 접어든 이후 최근 3년간 술과 담배를 모두 끊고 매일 운동하며 건강보조제를 열심히 챙겨먹어왔던 터라 더욱 충격적인 결과였다. 담당 의료진은 뇌동맥류의 경우 증상이 드러나지 않아 모르는 채 지내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기회를 통해 예방할 수 있게 됐으니 천만다행이라며 김씨를 위로했다.

영하의 날씨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요즘, 돌연사를 예방하려면 뇌혈관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바로 뇌동맥류다. 뇌동맥류는 뇌동맥 혈관 일부가 약해지고 결손이 생겨 해당 부분이 꽈리처럼 부풀어오르는 질환이다.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진 않았으나 선천성보단 후천성 발병이 많다. 자연 노화로 혈관이 약해지는 중년 이후 연령대에서 상대적으로 흔히 나타난다. 안재근 은평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보통은 후천적 요인으로 발생하지만 간혹 유전적 원인, 다낭 신질환, 결체 조직 질환, 외상, 염증 등으로 생기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뇌동맥류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8년 9만8116명에서 2022년 16만5194명으로 68% 늘었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수록 환자 수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뇌동맥류에 대해 미리 알고 있어야 하는 이유는 한번 터지면 치사율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아무런 전조 증상이 없다가도 파열 현상이 갑자기 나타날 경우 사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뇌 속의 ‘시한폭탄’이라 불리는 이유다. 뇌동맥류 파열로 인한 사망률은 최대 50%다. 환자 100명 중 15명은 병원 도착 전에 사망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2022년 영화배우 강수연이 뇌동맥류로 돌연 세상을 떠났다.

김성훈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신경외과 전문의는 “지금처럼 추위로 기온이 떨어지면 우리 몸 혈관이 수축하면서 혈압이 상승하게 되는데 이때 뇌동맥류 위험도 커진다”며 “환자의 30%는 인지 저하, 마비 증상 등 신경학적 후유증이 남기 때문에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뇌동맥류가 파열되기 전까지 뚜렷한 증상이 없어 미리 대비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뇌동맥류가 일정 크기 이상으로 커지면 주변 조직을 압박해 신경마비, 두통, 감각·근력저하, 안면마비 등을 서서히 유발키도 하지만 이런 경우는 흔치 않다.

뇌동맥류가 파열되면 증상은 급격히 나빠진다. 생전 처음 겪는 수준의 극심한 두통이 대표적이다. 구역, 구토, 경련, 발작, 갑작스러운 의식저하, 심정지 등의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드물기는 하지만 감기처럼 가벼운 두통같은 증상이 수일간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서대철 강남베드로병원 신경중재의학과 임상과장은 “뇌동맥류 질환의 예후는 파열과 출혈로 인한 뇌 손상의 심각성에 달린 만큼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최대한 빠르게 응급실로 가야 한다”며 “자연 호전을 기다리거나 검증되지 않은 약물 복용, 민간요법을 시도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라고 말했다.

일단 병원에 내원하면 뇌 CT(컴퓨터단층촬영)나 MRI(자기공명영상)를 통해 뇌혈관 상태를 파악한다. 이때 지주막하 출혈 소견이 있으면 3차원 혈관조영 CT 검사도 받아야 한다.

과거에는 머리 절개 수술이 거의 유일한 치료법이었지만 최근에는 사타구니의 대퇴동맥, 손목 혈관 등을 통해 뇌혈관으로 접근하는 코일색전술 등도 쓰인다. 다만 코일색전술이 어렵거나 뇌혈종 제거술이 필요한 경우에는 개두술을 통해 머리뼈를 열어 직접 뇌동맥류를 확인한 후 동맥류 입구를 클립으로 결찰시키는 클립결찰술을 실시하기도 한다. 또 뇌혈관조영장치를 통해 뇌혈관 안으로 가느다란 도관을 삽입한 후 백금 코일을 넣어 뇌동맥류를 차단하는 시술도 활용된다.

뇌동맥류는 정기적인 뇌 검사를 통해 미리 발견할 수 있는 만큼 고혈압, 연령, 음주, 흡연, 가족력 등 우려되는 요인이 있을 경우 MRI, MRA(뇌 자기공명 혈관조영술) 등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서 임상과장은 “평소 잦은 어지럼증과 두통, 고혈압을 앓고 있다면 뇌혈관 검사를 진행해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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