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아용 화장실서 원장이 흡연”…난리 난 어린이집

2023. 12. 20. 17:23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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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인천 서구청에 어린이집 원장 A씨가 어린이집 화장실에서 전자담배를 피웠다는 민원이 접수됐다. 사진은 B씨가 촬영한 A씨 전자담배. B씨 제공

 

인천 서구의 한 어린이집 원아용 화장실에서 원장이 담배를 피웠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어린이집 교사들의 폭로다.

20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말 인천 서구청에 여성 원장 A씨가 어린이집 화장실에서 전자담배를 피웠다는 민원이 접수됐다. 이 어린이집은 아파트에 입주해 있는 ‘가정 어린이집’이다. 화장실은 한 살배기 아이 10명 안팎이 사용하는 교실에 딸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로 일한 B씨는 지난달 초부터 A씨의 흡연을 의심했다고 한다. A씨가 화장실에 두고 간 파우치에서 전자담배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B씨는 19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원장님이 (화장실을) 왔다 가면 왜 이렇게 과일 향이 날까’ 생각했다”며 “(전자담배가 든) 파우치를 발견하고 흡연을 확신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B씨에 따르면 보육교사 사이에서는 A씨가 화장실에서 전자담배를 피우는 것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다고 한다. 그는 “보육교사들이 모여서 ‘어떻게 원장님 흡연을 막아야 할까’ 고민하기도 했다”며 “한 보육교사는 교실 앞에서 ‘왜 화장실에서 딸기 향기가 나지’라고 말하면서 흡연을 그만하라는 눈치도 줬다”고 설명했다.

B씨를 비롯한 보육교사들은 지난달 24일 파우치를 들고 화장실로 가는 A씨를 목격하고 흡연 장면을 잡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한다. 화장실에서 나오는 A씨를 붙잡은 보육교사들은 A씨와 승강이를 벌이다가 파우치에서 담배를 발견했다. 보육교사들은 전자담배에서 나는 냄새와 딸기 향이 같은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교사회의에서 이날 보육교사들은 A씨에게 흡연 사실을 공개하고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결국 A씨는 어린이집 홈페이지 공지를 올려 학부모들에게 사과했다.

 

지난달 28일, 어린이집 홈페이지 공지를 올려 학부모들에게 사과했다. 해당 어린이집 학부모 제공

A씨는 사과문에서 “인간의 나약함으로 아기들을 보육하고 교육하는 자로서 어린이집에 소지하지 말아야 할 물건을 소지했다”며 “어린이집 운영의 여러 어려운 문제로 인한 스트레스를 핑계로 호기심에 가져와 한번 사용해본 것을 교사가 목격하게 됐다”고 인정했다.

다만 “집에서 남편이 금연한다며 사용했던 니코틴 없는 전자담배였다”며 “해당 기기에 있던 액상은 니코틴이 하나도 들어 있지 않은 무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사건으로 보육교사 5명은 퇴사를 결심했지만 학부모들의 설득으로 방학이 시작되는 12월 말까지 근무하기로 했다. 하지만 A씨가 지난 15일 보육교사 5명에게 사직을 권고하면서 B씨 등 보육교사들은 갑자기 어린이집을 떠나게 됐다.

A씨가 보육교사들을 불러모은 뒤 사직서를 쓰도록 강요했다는 게 교사들의 주장이다. B씨는 “어린이집 수료는 대개 2월이기 때문에 그 이전에 퇴사할 경우 책임감 없는 보육교사로 찍혀 굉장히 불리하다”며 “다른 곳에 채용되기 위해서라도 마무리는 잘 지으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A씨는 신뢰가 깨진 보육교사들과는 더 이상 함께 일할 수 없어 권고사직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또 내년 2월까지 근무할 수 있는 선택지도 제시했지만 보육교사들이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썼다고 A씨는 주장한다.

그는 나아가 자신의 흡연 사실에 대해서도 완강히 부인했다. A씨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저는 흡연한 적 없고, 교사들의 모함”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제 잘못은 어린이집에서 ‘그 물건’을 가지고 있었던 것뿐”이라며 “권고사직을 한 것은 통제가 안 되는 교사들을 데리고 있을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과문에서 밝힌 ‘사용’의 의미는 흡연이 아닌, 기기를 눌러보고 조작한 것을 의미한다고 해명했다.

A씨는 “저는 술도 못 마시는 사람”이라며 “집단으로 따돌리고 궁지로 몰아세우는 마녀사냥”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B씨는 힘들다고 일을 그만둔다고 했던 교사”라며 “남의 물건을 강제적으로 빼앗아 (전자담배를) 확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피해는 오롯이 아이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이번 일로 20여명의 원아는 한순간에 담임선생님을 잃게 됐다. 해당 어린이집에 15개월 된 딸이 다니고 있다는 40대 이모씨는 “선생님들이 단체로 그만두신다는 연락을 갑작스럽게 전달받았다”며 “원장님 본인이 불편한 상황 때문에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보육 공백이 생기는 상황은 피하기 위해 원장님과 불편한 상황에서도 해결책을 찾으려고 참고 노력했다”며 “그럼에도 억울하다는 본인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흡연자가 아이들을 가르치지 못한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면서도 “어린이집에서 소지하지 말아야 할 물품을 갖고 있었고, 그것을 들고 어린이집 화장실에 들어간 것 자체가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내년 2월에 졸업하는 아이들도 있다”며 “이런 상황이 되니 계속 다니고 싶어도 불안해서 일부는 퇴소했다”고 전했다. 현재 이 어린이집은 긴급 보육신청제도를 통해 대체교사를 지원받아 인력을 충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린이집에서 흡연하는 경우 흡연자에게 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어린이집에서 흡연한 것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지방자치단체에서 어린이집에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다. 다만 A씨가 담배를 피웠다는 직접적인 증거물이 없고, A씨와 보육교사들의 주장이 엇갈리는 상황이라 당장의 조치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인천 서구청 관계자는 “해당 어린이집에 대한 민원을 접수한 것은 맞는다”면서도 “조사가 진행 중이라 답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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