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2. 24. 22:48ㆍ경제
크리스마스 연휴가 시작된 지난 22일 서울 관악구 한 숙박업소. 이 업체는 한 달 넘게 구인 공고를 냈다가 최근에야 객실 청소와 침구정리 업무를 하는 중국 동포 근로자를 겨우 채용할 수 있었다. 앞서 근무하던 직원 중 한국인은 아예 다른 분야로 이직하고, 외국인은 강남에 있는 다른 비즈니즈 호텔로 이직하면서 일손 공백이 발생했다.
이 업체 관계자는 “11시간 30분씩 2교대 근무에, 급여도 최저시급 수준이다 보니 한국인 채용은 생각도 못하고 주로 말이 통하는 중국 동포 인력을 찾는데 사람 구하는게 하늘의 별 따기”라며 “이직이 잦은 만큼 숙식 제공 조건으로 부부 또는 자매 팀을 모집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이어 “청소 같은 업무는 호텔업도 제조업처럼 (재외동포 이외에) 외국인력 투입이 절실하다”고 토로했다.
연말 특수를 맞이한 호텔업계가 만성적인 인력난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모텔을 비롯한 일반 숙박업소에서는 객실 청소처럼 업장 운영에 꼭 필요한 업무에서 구멍 나는 일이 다반사다. 4성급 이상 고급 호텔에서도 고객 응대 부문에서도 인력난이 심해지고 있다.
현재 숙박업은 재외 동포(F-4 비자) 등만 취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외국인 취업자 100만명 시대를 앞두고 인력난이 심한 숙박업도 비전문 외국인력(E-9 비자) 투입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외국인 취업자는 92만3000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정부는 이번주 중 호텔·콘도업의 중국 동포 비숙련 외국인력 채용을 허가하는 방안을 확정짓겠다는 방침이다.
일손 부족은 특히 모텔과 비즈니스호텔 같은 중소호텔에서 심하다. 국내 인력이 빠르게 고령화하고 있는데, 신규 인력은 재외 동포 등이 아니면
충당이 안 되는 고용규제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난해 F-4 비자와 방문 취업 동포 비자(H-2), 외국인 유학생 비자(D-2)를 받은 인력의 숙박업 취업을 허용했지만 현장에서 체감하는 실효성은 적다는 지적이다.
서울 동작구에 있는 한 숙박업체 관계자는 “카운터를 제외한 대부분의 업무가 이미 외국인력을 통해 이뤄지는 실정”이라며 “구인하는 업체는 늘어나는데 공급은 수요를 따르지 못해 인력난이 심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에는 4·5성급 호텔도 H-2 인력을 채용할 수 있게 되면서 연쇄적인 인력 이동도 일어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4성급 이상의 호텔에서는 다른 형태의 인력난을 걱정하고 있다. 청소나 침구정리 같은 업무는 이미 외주인력업체에 맡기고 있는 만큼 어느 정도의 대응력이 있지만 컨시어지와 룸서비스, 고객 대응을 비롯한 핵심 대면 업무를 맡을 국내 인력도 점점 구하기 힘들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서울 강남구에 있는 4성급 호텔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를 기점으로 호텔관광 분야 전문대나 학과 통폐합이 급격하게 이뤄지면서 국내 호텔관광산업 분야 인력 풀 자체가 급감했다”며 “채용된 인력 중에서도 2년내 퇴사하는 비율이 높아지면서 산업기반이 흔들리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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