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 100%’ 델몬트 주스의 몰랐던 진실

2023. 12. 22. 06:26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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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의 가격은 그대로 둔 채 용량을 드러나지 않게 줄이거나 제품 질을 떨어뜨리는 식으로 가격을 ‘꼼수 인상’한 사례가 소비자단체 조사에서 무더기로 추가 확인됐다.

소비자단체인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20일 “총 28개 제품에서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 2개 제품에선 스킴플레이션(skimpflation)이 확인됐다”며 “최근 공정거래위원회 산하 한국소비자원의 슈링크플레이션 조사에 담기지 않은 사례도 대거 드러났다”고 밝혔다. 슈링크플레이션은 가격은 그대로 둔 채 제품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스킴플레이션은 제품이나 서비스의 질(質)을 떨어뜨려서 사실상 가격 인상을 하는 것을 말한다.



◇용량 평균 11.3% 줄여

이번에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집어낸 제품은 과자류·소시지·만두·맥주 등 소비자들이 즐겨 찾는 제품이 대거 포함됐다. 정부 산하 기관인 소비자원의 슈링크플레이션 조사 사례에선 빠진 제품 24개(스킴플레이션 2개 포함)가 이번에 새로 공개됐다는 게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설명이다. 앞서 정부는 13일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고 공정거래위원회·산업부 등 관계 부처와 슈링크플레이션 대책을 논의하고, 소비자원 조사에서 적발된 9개 품목, 37개 상품을 공개한 바 있다. 그런데 당시 정부 조사에서 빠진 ‘꼼수 인상’ 제품이 적잖았다는 것이다.

예컨대, 롯데제과의 카스타드 대용량(12→10개)과 빼빼로(52→43g), 양파링(84→80g), 꼬깔콘(72→67g), 그리고 베지밀(1000→950mL) 등은 정부 조사에선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조사는 슈링크플레이션이나 스킴플레이션 제품이라고 언론에 보도된 제품이 실제로 용량이나 제품 질을 줄였는지 확인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이를 통해 총 30개 제품을 추렸는데, 제조사별로는 롯데제과가 9개, 하리보(독일) 3개, CJ제일제당 3개, 농심 2개, 동원F&B 2개, 정식품 2개 등이었다. 제품별로 하리보 젤리 제품이나 풀무원 핫도그 등은 용량을 20% 줄였고, 30개 제품 평균으로 따지면 11.3% 정도 용량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 소비자원의 슈링크플레이션 조사에서 빠진 제품들이 대거 새로 확인되며 정부 조사가 허술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 관계자는 “언론에 나온 슈링크플레이션 사례들을 검색해 꼼꼼히 검증만 했더라도 더 많은 제품을 걸러낼 수 있었을 것”이라며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갖고 단속한다고 했는데, 실제로 강력한 의지가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다만 “일부 품목은 소비자원 조사 기간(작년 12월~올해 11월)에 속하지 않아 빠진 것이 있었고, 제조사가 품목 개량이나 리뉴얼을 해 사실상 같은 제품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며 “필요하면 추후 추가 자료 공개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식품 업계에선 이번 소비자단체 조사가 오래 전에 용량을 바꾼 사례까지 포함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스팸볶음밥, 스팸김치파우치의 경우 용량 조정은 2015년 일이고, 이미 2020년에 단종된 제품들”이라고 했고, 롯데웰푸드 관계자도 “과자는 2015년에 용량 조정한 사항으로 올해는 용량을 변경한 바가 없다”고 말했다. 베지밀을 만드는 정식품 측도 “2015년에 품질 안정성 강화를 위해 신규 용기를 적용하며 용량이 변경된 것은 맞지만, 이후엔 용량 변경 없이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 마트에서 꼼수 제품 알려야”

소비자단체들은 소비자들이 식품 기업들의 꼼수 가격 인상을 알아채기 위해선 프랑스나 독일처럼 대형 마트에서도 슈링크플레이션 제품 표시를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이다. 프랑스의 경우 지난 9월 대형 마트 ‘카르푸’에서 가격 인하 없이 용량이 적어진 제품에 대해 ‘슈링크플레이션’이라는 스티커를 붙여 화제가 됐다. 독일의 수퍼마켓 체인인 ‘네토(Netto)’ 역시 소비자에게 제품 제조 업체가 동일한 가격에 용량을 줄였을 때 이를 알리는 표지판을 이달부터 선반에 부착한다. 브라질에선 제품 중량 변화를 소비자에게 알리는 법률이 마련되기도 했다. 제품 제조 업체는 변경 전후 용량이 달라졌을 시 6개월 동안 ‘새로운 무게(NOVO PESO)’라는 표기를 하는 식이다.

우리나라도 이처럼 용량 변화를 알리는 게시물을 부착하는 방안이 이르면 내년 4월부터는 시행될 수 있다는 게 공정위 설명이다. 한국소비자원은 20일 롯데마트·롯데백화점·신세계백화점·이마트·컬리·쿠팡·현대백화점·홈플러스 등 주요 유통업체 8사와 상품 용량 정보 제공 및 표시 확대를 위한 자율 협약을 체결했다. 이들 유통업체들이 분기별로 판매하는 가공식품이나 생활용품의 용량 등에 대한 정보를 소비자원에 제공하고, 소비자원은 이를 분석해 용량 변경 내용을 찾겠다는 게 자율 협약 내용의 골자다. 찾아낸 용량 변경 정보는 각 유통업체에서 한 달 정도 제품 앞 게시물을 통해 알리게 된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슈링크플레이션·스킴플레이션은 소비자 기만 행위로, 가능한 한 빨리 제품의 수량·성분 변동에 대해 명확한 표시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윤수현 한국소비자원 원장은 “이번 협약을 통해 소비자가 정확한 가격 정보에 기반한 합리적인 선택을 하도록 해 숨은 가격 상승으로 인한 가계 부담이 완화되기를 기대한다”며 “내년에는 가격조사전담팀도 새로 만들고, 참가격 모니터링 상품도 336개에서 540개로 확대하면서 가격 정보 외 중량 변동 정보까지 제공해 소비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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