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헌법에 낙태권리 추가...세계 최초

2024. 3. 5. 11:32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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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최초로 낙태권리를 헌법으로 명문화한 국가가 됐다. 이날 파리 외곽 베르사유 궁전에서 헌법 명문화를 주도한 녹색당의 멜라니 보겔(가운데 위에서 두번째) 상원의원이 상하 양원 특별 합동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EPA연합

 

 

프랑스가 세계 최초로 헌법으로 낙태권을 보장하는 국가가 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는 4일(이하 현지시간) 낙태권을 헌법으로 명문화한 세계 최초의 국가가 됐다.

의회 표결로 헌법 수정



보도에 따르면 프랑스 양원은 압도적인 표차로 낙태권을 헌법으로 보장했다. 보수성향이 강한 상원에서 지난주 267-50으로 통과됐고, 하원에서는 이에 앞서 지난 1월 찬성이 이보다 훨씬 많아 493-30으로 헌법개정안이 통과된 바 있다.

이들은 "여성들이 자율적으로 임신을 중단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헌법으로 낙태권이 보장됨에 따라 하위 법률로 낙태를 제한하는 것이 지금보다 더 어려워진다.

낙태권 헌법 조문화를 주도한 프랑스 녹색당의 멜라니 보겔 상원의원은 미국과 폴란드에 보수당 정부가 들어선 뒤 낙태권이 위축되고 있다면서 프랑스에서는 이제 헌법으로 낙태권이 보장돼 보수당 정부가 들어선다 해도 낙태를 제한하는 것이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여성의 자기 몸 결정권 헌법으로 보장



보겔 의원은 이번 낙태권 헌법 조항 명기는 "프랑스가 자유와 평등한 사회의 조건 가운데 하나로 여성들이 스스로의 몸에 대해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프랑스 내에서도 극우가 점차 세력을 키우고 있어 지금 당장 헌법에 이를 명기하는 것이 중요했다고 덧붙였다.

프랑스는 앞서 1975년 낙태를 합법화했다.

당시 유명 페미니스트 보건장관이던 시몬 베유의 제안으로 법이 제정됐다. 그는 그 업적을 인정받아 2017년 사망 뒤 파리 팡테옹에 안장됐다. 이 곳은 여성으로는 최초로 노벨상을 받은 마리 퀴리,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 등이 묻혀 있는 곳이다. 입구에는 삼각형 부조 아래 "조국이 위대한 사람들에게 감사를 표하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에서는 현재 임신 14주차까지는 국민건강보험으로 임신중절이 가능하다.

미 연방대법원 판례 번복에 헌법 명문화 박차



헌법 명문화는 수십년에 걸친 페미니스트 단체들과 여성 정치인들의 노력에 따른 것이다.

특히 지난 2022년 5월 보수화된 미 대법원이 이전 대법원 판례를 번복해 낙태는 헌법으로 보장된 권리가 아니라고 부인하면서 프랑스 내에서 헌법 명문화 노력이 배가됐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미 대법원 판결 번복 뒤 낙태권 헌법 명문화는 불필요하다는 이전 입장을 내던졌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후 헌법 명문화에 올인해 보겔을 비롯한 좌파 주요 정치인들의 제안을 지지하고 나섰다.

그러나 헌법으로 명문화됐다고 해서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프랑스에서는 국민투표를 통해 헌법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상하 양원에서 각각 5분의3 이상만 찬성하면 헌법을 바꾸는 것이 가능하다. 집권당이 마음만 먹으면 비교적 손쉽게 헌법 개정이 가능하다.

한편 극우 정당 국민연합(NR)을 이끄는 여성정치인 마린 르펜 대표는 낙태에 관해 그동안 모호한 입장을 보여왔지만 이번 헌법조항 포함에는 찬성했다.

르펜과 NP 소속 45명 의원들은 낙태권 헌법 보장에 찬성했다. 반대는 12명에 그쳤고, 14명은 기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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