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저 VIP라 계속 프로포폴 맞아요” 무방비 병원들

2023. 8. 31. 19:33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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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VIP(단골)여서 오후 7시 병원 마감까지 계속 (프로포폴 투약을) 할 수 있어요. 지금 두 번인가 했고 한 번 더 들어가요. 지금 올래요?” 최근 서울 강남구의 B피부과 의원을 방문한 30대 여성 A씨는 또래 김모씨에게 연락해 이같이 권했다.

두 사람은 다른 피부과에서 알게 된 사이다. A씨는 김씨를 처음 만났을 당시에도 약 기운에 취해 있었다. B의원 말고도 최소 3곳 이상의 병원을 돌아다니며 프로포폴 투약을 반복하는 듯 했다고 김씨는 전했다. 김씨는 31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A씨가 ‘다른 사람 이름으로도 프로포폴 투약 예약이 가능하다’고 했다. 함께 약을 맞을 사람을 찾아 다녔다”고 말했다.

프로포폴 오·남용이 사회 문제로 떠오른 지 10여년이 지났지만, 일부 성형외과·피부과에서는 여전히 프로포폴을 비롯한 마약류 장사에 열심인 것으로 전해졌다. 프로포폴은 2009년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마약류 지정 논의를 시작해 2011년 향정신성의약품(향정)으로 지정된 상태다.

최근의 ‘강남 롤스로이스 사건’ ‘배우 유아인 사건’ 등 마약류 오·남용 사건에 연루된 강남 일대 병원만 수십여곳에 이른다. 롤스로이스 사건 피의자 신모(28·구속)씨의 경우 지금까지 수사를 통해 확인된 병원 3곳 외에도 다른 여러 병·의원에서 향정을 처방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신씨의 병원 이용 기록 등을 분석해 이런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프로포폴 차명 투약’ 혐의(마약류관리법 위반)로 수사 중인 30대 전직 프로야구 선수 김모씨가 프로포폴 처방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강남 일대 병·의원도 60곳에 이른다. 이 가운데 지인 등의 이름을 빌려 차명으로 프로포폴 투약을 받았다고 의심되는 곳도 20여곳이나 된다.

식약처가 공개한 ‘2022년 의료용 마약류 취급현황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946만명이 의료용 마약류를 처방받았다. 전년 대비 62만명(3.3%) 증가한 수치로,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으로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18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효능별 처방 환자수를 보면 프로포폴을 비롯한 마취제가 1122만명으로 가장 많았다. 프로포폴 등이 건강검진 등 진단이나 간단한 시술 과정에서 많이 사용되기 때문으로 분석되지만, 오·남용 가능성 역시 그만큼 높은 셈이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프로포폴 수사를 했던 김희준 변호사(법무법인 LKB)는 “마이클 잭슨 사망 이후 논란이 됐던 프로포폴은 과거 마약류에 지정되지도 않아 투약자를 처벌할 수 없었다. 병원에 적용할 수 있는 법리도 무면허 의료행위(의료법 위반) 정도였다”며 “지금은 제도적으로 충분히 정비돼 있다. 수사기관과 식약처 등 관계 당국의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밝혀낼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병원 프로포폴 투약 내역을 확인하고, 투약 이유가 형식적인 시술에 불과하다면 불법성은 결국 다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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