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상황 어떻길래…‘9월 위기설’ 실체 추적

2023. 9. 5. 15:49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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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대출 부실화,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및 역전세난, 중국발 경제위기 등에 따른 9월 위기설에 금융당국과 정부가 반박을 이어가고 있다 출처 : 뉴스워치(http://www.newswatch.kr)

'예고된 위험은 위험이 아니다'. 금융가엔 이런 말이 있다. 실제 국내에선 1997년 외환위기를 빼면 그간 '9월 위기설'은 모두 실체없는 거품으로 사라졌다. 2023년 9월에도 한국경제 위기설이 어김없이 등장했다. 코로나19 대출 부실화,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및 역전세난, 중국발 경제위기 등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9월 위기설을 키웠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4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9월 위기설에 대해 묻자 "그럴 만한 이유가 없다"고 일축했다. 항간의 위기설은 지표의 한쪽면만 본 것이라며 "9월에 위기가 터진다고 하는 건 정확한 판단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9월 금융위기설'에 대해 "불확실성이 많으니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일부 언론과 유튜브에서 제기하는 이유를 바탕으로 한 위기는 없을 것"이라 말했다.

■ 9월 코로나 대출 종료 vs 한꺼번에 안 터진다

국회 정무위에서까지 등장한 9월 위기설은 올해 상반기부터 불거져나왔다. 주된 요인으로 꼽을 수 있는 건 코로나19 대출 만기연장 9월 종료에 따른 리스크 확산이다. 

금융당국은 2020년 4월부터 코로나19로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대출을 대상으로 만기연장과 원금·이자 상환유예를 실시했다. 이는 6개월 단위로 지난해 9월 5차까지 연장됐으며, 5차 연장에서는 엔데믹 가시화에 따른 지원 연장 필요성 감소로 금융원 자율협약 형식을 통해 사실상 지원 종료 기간을 설정했다. 만기연장은 2025년 9월까지, 상환유예는 1년으로 2023년 9월까지다.

이에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받은 코로나19 대출에 대한 각종 혜택이 종료되면 대거 부실화돼 금융권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일부 외신들도 코로나19 금융 지원책이 9월 종료되면 국내 시중은행 연체율이 늘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9일 서울정부청사에서 언론 브리핑을 갖고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가 9월말 일시에 종료돼 부실이 한꺼번에 터진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순차적 연장 스케줄 및 대출 차주들의 상환 현황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코로나19 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만기연장은 9월 종료가 아닌 2025년 9월까지 3년 더 연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부실이 한꺼번에 터질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지난 6월말 기준 만기연장 대상 차주는 34만명으로 전체의 약 97%이며, 이들의 대출잔액도 지원액의 93%에 달한다. 전체 지원대상의 7%인 상환유예의 경우 금융사와 협의를 통해 상환계획서를 작성할 시 2028년 9월까지 최대 5년간 유예된 원리금을 분할상환할 수 있어 부실폭탄이 터질 확률은 매우 낮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원금상환유예 이용 차주의 98.3%, 이자상환유예 이용 차주의 84.8%가 상환계획서 작성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만기연장·상환유예 대출잔액 및 차주들의 지속적인 감소 추세도 위기설의 반박 지표다. 금융위에 따르면 올해 6월말 기준 만기연장·상환유예는 지난해 9월과 비교해 대출잔액의 경우 24%(23조 9000억원), 차주 수는 20%(8만3000명) 감소했다. 구체적으로 만기연장 잔액은 같은 기간 90조6000억원에서 71조원으로, 상환유예 잔액은 9조4000억원에서 5조2000억원으로 감소했다.

상환유예 잔액 중에서는 원금 상환유예가 7조4000억원에서 4조1000억원으로, 이자 상환유예가 2조1000억원에서 1조1000억원으로 줄었다. 금융위는 "감소분 대부분은 차주 자금 사정 개선으로 정상 상환하거나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로 대환 대출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서 부실화 가능성을 가장 크게 보고 있는 이자 상환유예 잔액 1조1000억원에 대해 금융위는 "이자 상환유예 대출 잔액은 전체 잔액 대미 1.5%, 차주 수는 800명 규모"라며 "상대적으로 부실 위험이 있지만 불가피한 경우 금융사 자체 연착륙 지원 프로그램, 새출발기금 등 채무조정 등 금융 편의를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800명에 대해선 1대 1 차주별 관리도 하겠다는 설명이다.

사진=연합뉴스

■ PF 부실·역전세난 vs  부동산 시장 활성화

9월 위기설을 말하는 이들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및 역전세난이 또아리를 틀고 있다고 우려한다. 레고랜드 사태 때 유동성 50조원을 공급하고, 둔촌 주공 살리기 등으로 진화에 나섰다고는 하지만 불씨는 여전하다는 것이다. 토지 매입 대금 등 착공 전에 쓰이는 자금 단기 대출, 즉 브릿지론 만기가 8월말에 대거 몰려있는 데다 본 PF 전환이 어려운 사업장도 많아지는 등 사업성 저하로 위기에 몰려 있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게 위기설을 부추기는 이유 중 하나다.

지난해부터 부동산 시장 침체가 이어지고 이로 인한 PF 금융 부실 영향이 강해지면서 위기설이 거론되는 데 대해 김주현 위원장은 "부동산 PF 경우 금리가 올라가고 공사 상황도 좋지 않지만 연체율이나 부도율이 아닌 미분양 주택, 취업 지표를 가지고 9월에 위기가 터진다고 하는 건 정확한 판단이 아닌 것 같다"고 일축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6월 이미 금융사의 이자 유예, 신규자금 지원 등 협약을 맺은 곳이 전국 91곳으로 이중 66곳이 실질적 금융지원을 결정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도 9월부터 1조원 규모의 부동산 PF 사업장 정상화 지원 펀드를 가동한다. 

특히 지난 3월 말 기준 전 업권 PF 연체율은 2.01%로 2022년 말보다 0.82%포인트 상승하기는 했지만 2012년말 저축은행 사태 때 PF 연체율 13.62%와 비교하면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는 말도 나온다. 또 전체 PF 대출잔액 131조원도 우리나라 전체 부동산 금융시장이 2700조원 규모라는 점을 감안하면 5% 남짓이어서 우려할 상황이 아니라는 반박이 이어지고 있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도 1일 브리핑에서 "아무리 위험하게 보더라도 시스템 위기의 문제는 아니다"며 "부동산 PF로 민간 부분이 과거보다 공급에 있어서 여러 가지 위축되는 게 있을 수 있기에 이런 부분들을 풀어주면서 어떻게 공급을 촉진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있다"는 발언과 함께 부동산 공급 활성화 방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9월 위기설에 힘을 실은 역전세난 우려도 최근 시장 흐름이 반전하는 모습으로 잠잠해지는 분위기다. 9월 역전세난 위기설이 커졌던 이유는 계약기간 때문이다. 서울 아파트 중위 전세 보증금이 고점(6억2000만원대)을 기록한 시점이 지난 2021년 9월이었고, 일반적인 전세 만기가 2년이라는 점을 감안해 올해 9월 전세 만기가 도래하는 시점에 역전세 물량과 보증금 미반환 충격이 있을 것이며 그 규모가 24조~30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었다. 

그러나 1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전세 가격은 6주 연속 올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서도 서울 주요 아파트 가격이 상승세다. 이는 역전세난 우려가 점차 해소되고 있다는 주장과 맞물리며 위기설을 잠재우고 있다. 정부는 역전세 우려를 대비해 지난달 전세보증금 반환 용도만 대출 규제를 풀어주는 안을 내놓은 바 있고, 대출금리 하락 영향으로 9월 위기설을 피해갔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 중국발 경제위기 vs 미칠 영향 제한적 

불붙은 9월 위기설에 부채질을 한 건 중국발 경제위기다.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심화되면서 국제무역이 퇴조했고, 이 과정에서 미국이 세계 경제질서를 주도하는 반면 경제전쟁을 벌이는 중국경제의 하락속도가 빨라지는 양상이다.

특히 중국은 경제위축에 부동산 위기까지 겹쳤고, 중국 수출기업들이 줄줄이 타격을 입고 있다. 중국 민영 부동산 기업 중 우량한 곳으로 평가됐던 최대 부동산업체 비구이위안이 채무불이행(디폴트) 위험에 처했으며 소호차이나·중룽신탁 등 개발사와 금융사의 채무불이행으로 이어졌다. 이에 따른 금융불안과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다 중국 내수 소비도 위축되는 등 경제둔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중국경제 불안은 이미 우리 기업들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달 30일 내놓은 '최근 중국경제 동향과 우리 기업의 영향' 보고서가 단적인 예다. 대중국 수출기업 302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중국 경기상황이 기업 실적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질문에 32.4%는 "이미 매출 등 실적에 영향", 50.3%는 "장기화시 우려"라고 답했다. 올해 1~7월 대중국 수출도 반도체 -40.4%, 디스플레이 -45.7%, 석유화학 -22.5% 등 전년 대비 25.9% 감소했다.

이에 대한 정부 및 금융당국 입장은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김주현 위원장은 "중국이 어려워지면 우리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지만, 중국 정부 의지를 보면 (중국 부동산 위기가) 중국 전체를 흔들 위기로 보지 않는다"며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도 굉장히 제한적"이라고 선을 그었다.

최상목 수석도 "중국이 갑자기 위기를 겪는 건 없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중국의 경제 성장률 둔화는 있을 수 있는데 그런 부분은 글로벌 교육과 내수 변화 등으로 대응해나가고 있다"면서 중국발 경제위기설을 일축했다.

관련 정책 중 하나로 수출 다변화도 도모하고 있다. 지난달 17일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품목과 지역 다변화 등 구조적 수출 대책을 강조했다. 수출 기업의 대출 금리를 낮춰주는 등 23조원 규모의 금융 지원책도 내놨다.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렇듯 정부와 금융당국이 다양한 근거와 정책을 바탕으로 9월 위기설의 불씨를 꺼뜨리려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과도한 걱정이 게으른 안심보다 낫다'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라'는 말들을 되새겨야 한다는 지적이 여전히 나온다. 코로나19 대출 지원 부실 우려를 차치하고라도 가계부채 급증 및 연체율 증가는 부실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상존하고 있다.

지난 2분기 가계대출을 포함한 우리나라 가계신용은 9조5000억원이 증가해 1862조8000억원에 이른다. 부동산 PF도 전국 공사장에서 1조원이 부족한 가운데 지원을 받지 못하는 사업장들이 부실 도미노가 될 여지가 있다. 중국발 경제 위기 역시 장기적 관점에서 차곡차곡 대책을 쌓아나가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이외에도 위기를 부를 불씨들은 도처에 널려 있다. 경기침체 우려는 여전하다. 지난달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7월 전체산업 생산과 소비, 투자가 '트리플 감소'를 기록했다. 한국 경제의 활력을 보여주는 산업활동동향 3대 지표가 모두 감소한 건 올해 1월 이후 6개월만이다. 이로 인해 경제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뿐 아니라 미국과 금리차 등 대내외환경 변수도 고려해야 한다.  중국 경제 둔화와 반대로 미국은 소비 및 고용지표가 기대 이상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안전자산인 달러화 선호 경향이 커지고 있는데 미국과 한국 기준금리차는 2%포인트로 사상 최대다. 이는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과 원화 하락 등을 부를 수 있다.

금융권 연체율도 걱정거리다.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상호금융조합(농협‧수협‧신협‧산림조합)의 연체율은 6월 말 2.8%로 지난해 말보다 1.28%포인트 증가했다. 부동산 경기 부진 여파로 부동산 PF에 대출 연체가 늘어났고, 상호금융의 기업대출 연체율도 상승했다. 연체율 관리를 위해 고삐를 쥐고 있지만 좀처럼 낮아지지 않고 있어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상현‧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내놓은 '빚 청구서가 날아오고 있다'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상용 근로자에 비해 2금융권 이용 비중이 큰 자영업자의 부담이 가중되며 이들 중 상당수의 채무 상환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며 "코로나19 이후 불어난 대출금과 고금리에 대한 이자 부담이 '빚 청구서'로 날아올 수 있는 만큼 경제 주체의 부채 수준 점검 및 한계 차주에 대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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