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9. 11. 11:07ㆍ경제
내년부터 서울 지역 지하철과 시내·마을버스를 무제한 탈 수 있는 대중교통 정기권이 도입된다. 가격은 월 6만5000원이다. 서울 시내에서 승차해 수도권으로 갈 수는 있으나 서울 외 지역에서 정기권으로 탑승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서울시는 이 같은 대중교통 정기 이용권 ‘기후동행카드’를 내년 1~5월 시범 판매할 예정이라고 11일 밝혔다.
해당 정기권으로 서울 지하철은 1~9호선과 경의·중앙선, 분당선, 경춘선, 우이신설선, 신림선까지 모두 탈 수 있다. 기본요금이 다른 신분당선은 제외된다. 버스는 노선 면허 지역을 기준으로 서울 시내·마을버스를 전부 이용할 수 있다. 경기·인천 등 다른 지역 버스나 요금이 다른 광역버스는 서울 안에서도 이용할 수 없다.
서울 공공자전거인 ‘따릉이’의 1시간 이용권 역시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이르면 내년 9월 한강의 정규 교통수단으로 도입을 검토 중인 수상버스(리버버스)도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단, 서울에서 정기권으로 승차한 후 경기·인천 등에서 하차는 가능하지만 서울 외 지역에서 기후동행카드로 승차할 수는 없다.
정기권은 한 달 단위로 충전해 쓰는 방식이다. 시범 운영되는 내년 5월 말에 충전하면 6월까지 사용할 수 있다.
지난해 교통카드(티머니) 이용 기준으로 기후동행카드 구매가 이득인 시민은 약 50만명 수준으로 파악된다. 이들이 정기권으로 대중교통을 탑승하면 1인당 연간 34만원 이상 할인 혜택(따릉이 포함)을 볼 것으로 서울시는 분석했다.
한 달에 지하철을 60회 타고, 월 5000원의 따릉이 정기권을 이용 중이라면 다음달 인상되는 지하철 기본요금(1550원) 기준으로 교통비가 월 9만8000원에서 6만5000원으로 3만3000원 정도 절약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대중교통 등 다양한 이동 수단에 무제한 탑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하철만 가능했던 기존 정기권에서 범위가 확장됐다”며 “이용 횟수 제한이 있고 사후 환급과정 등이 필요한 다른 교통 패스와도 차별화된다”고 설명했다.
서울시가 교통수단을 통합한 정기 이용권 도입한 것은 8년 만에 시내버스와 지하철 요금이 오르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시민들의 고정 생활비인 교통비 부담을 더는 한편 코로나19 확산 이후 비대면 환경이 일상화되면서 감소한 대중교통 이용률도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루 인구 통행량 중 교통수단별 비중을 나타내는 수단분담률을 보면 2018년 대중교통은 65.1%에서 2021년 52.9%로 10%포인트 이상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승용차는 24.5%에서 38%로 급증했다. 이 같은 변화는 탄소배출을 늘린다는 우려와 함께 수년째 큰 폭의 적자로 공공 지원이 커진 지하철·버스의 재정 상황에 악영향을 미친다.
서울시는 정기권으로 요금 부담을 완화하는 동시에 대중교통 이용률도 확대할 방침이다. 이에 종사자 100인 이상 기업에서 기후동행카드를 구매해 임직원에게 배부할 경우 교통유발부담금을 감면 혜택을 주는 등 강력한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 정책도 병행한다.
또 서울 시내 온실가스 배출량의 17%(연간 약 763만t)를 차지하는 수송 분야의 탄소 감축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정기권으로 주중 출퇴근이나 주말 차로 이동하던 시민들이 대중교통으로 전환해 연 1만3000대의 승용차 이용이 줄면 연 3만2000t의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지난해 독일은 9유로(약 1만2000원)짜리 대중교통 무제한 이용 정기권 약 5000만장을 발행해 3개월간 시범 적용한 결과 대중교통 이용이 25% 증가하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180만t 줄이는 효과를 봤다.
이에 올해 5월부터 월 49유로 ‘도이칠란드 티켓’(D-Ticket)을 도입해 석 달 만에 1100만장이 판매됐다. 신규 대중교통 이용자가 약 100만명 늘어난 것이다.
서울시의 대중교통 무제한 정기권은 내년 1~5월 시범 운영 후 제도 보완을 거쳐 내년 하반기 방식 등이 확정될 예정이다. 3000원을 내면 구매할 수 있는 실물 카드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도 이용할 수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교통 분야 기후위기 대응은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가 핵심으로 친환경 버스·전기차 택시 보급과 공공자전거 확대 등 하드웨어를 교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기후동행카드로 국제 유가 상승과 전 지구적 기후위기 징후에 대응할 뿐 아니라 요금인상에 따른 가계 부담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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